어느날/2023

[독서 기록] 아몬드, 손원평 저

출근침대 2023. 6. 25. 22:31

오늘은 독서 모임 사람들과 여러 가지 깊은 대화를 나눴다.

 

223쪽.
나는 알고 있다. 곤이가 착한 아이라는 걸.
하지만 구체적으로 곤이에 대해 말하라면
그 애가 나를 때리고 아프게 했다는 것,
나비를 찢어 놓았다는 것,
선생에게 패악질을 부리고 아이들에게 물건을 집어던졌다는 것밖에 말할 게 없다.
언어라는 건 그랬다.
이수와 곤이가 같은 사람이란걸 증명하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거다.

 

건이는 윤재가 말한 것처럼 '착한' 아이라고 볼 수 있을까?

언어적 한계를 느끼면서도 마음으로 사람을 이해한 윤재의 태도를 느낄 수 있는 대목에서

내가 느낀 궁금증을 사람들에게 질문하였다.

 

건이는 행동이 거칠지만 시간이 갈수록 서로의 다른 점을 느껴가며

자기 자신을 똑바르게 바라보는 윤재에게 친구가 되고자 서툴게 다가갔다.

 

피가 날 정도로 사람을 때리고, 욕설을 퍼붓고,

책상을 뒤엎는 행동을 하는 사람이라는 것만 건이를 놓고 봤을 때는

건이는 착한 아이라고 할 수 없으며 그런 건이랑 어울리는걸 사람들은 이상하게 바라볼 것이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건이는 윤재에게 서툰 태도로 계속해서 다가갔고

그 구원을 바라는 손길이 윤재에게 결국 닿은 것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든다.

 

범죄자들 중에서 자기 사람한테는 한없이 가깝게 구는 사람이 있다고 한다.

건이는 그냥 자기 범위 안 사람이나 밖 사람이나 던지고 보는 아이였는데

자기 자신이 폭력을 당할지라도 그 사람의 곁을 지키는 것이

그냥 소설 속 사람이니까 가볍게 넘길 수 있는 거지

실제 삶 속에서 일어난다고 봤을 때 정당화 할 수 있다고 봐야 할까?

 

제삼자 입장으로 봤을 땐 없다고 본다.

하지만 건이가 부모 없이 힘든 보육원 생활을 하며 자라났다는 점,

마지막 임종의 순간을 원치 않게 친구에게 거짓으로 빼앗긴 점

이것을 윤재는 알고 있었기에 남이 봤을 때 그저 이상해보이는

둘이 친구가 되는 서사가 성립되는 것이다.

 

그래서 그 사람을 제대로 알고 느낀다는 것이

얼마나 인간관계를 크게 좌우하는가..

그런 걸 생각해 보게 되었던 것 같다.

 

독서 모임을 같이 하는 분이 한 강연에서

건이처 힘든 상황에 놓이거나 삐뚤어질 수 있는 상황에 놓여

범죄까지 저지르는 사람이 있는 한편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는데 그 차이가 뭐냐고 형사님-아닐 수도 있음-께

기회가 되어 물어본 적이 있으셨다고 한다.

그건 바로 곁에 믿을 수 있는 사람이 있느냐가 크다고 형사님은 답했다고 한다.

 

주인공 윤재처럼, 혹은 친구인 건이처럼

우리 삶에는 다양한 결핍된 요소들이 있다.

확실히 평범한 가정에 태어난 것만으로도 대단히 행운인 것이고

우리들은 이런저런 부족한 환경, 단점들을 하나씩은 안고 있다.

 

우리는 삶이 뒤흔들릴 때 어떤 길로 걸어갈까?

그리고 어떤 사람으로 사람들의 곁에 있거나 떠나는 것을 선택할까?